한국형판타지
영화 전우치에서 감독 최동훈이 신경 써서 연출한 부분 중 하나는 전통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방식입니다. 이 영화는 조선시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독특한 배경을 설정해 현대 사회에서 전통적인 도술을 사용한다는 흥미로운 세계관을 만들어줍니다. 최동훈 감독은 특유의 빠른 전개와 재치 있는 대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관객들이 복잡한 세계관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액션과 도술 장면들은 영화의 중요한 연출 포인트로 전우치가 사용하는 마법과 도술은 영화의 중심 요소로 당시로서는 최고 수준의 CG와 와이어 액션을 활용해 액션 장면을 화려하고 스펙터클하게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시각적인 연출은 영화의 판타지적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입니다.
캐릭터들의 개성과 관계 설정도 중요한 연출 요소입니다. 전우치와 초랭이의 유머러스한 케미, 그리고 신선들과의 갈등과 협력의 과정은 영화에 웃음과 긴장감을 적절히 주면서 영화의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또 다른 연출적인 강점은 캐릭터들의 개성 있는 설정과 이들의 관계입니다. 전우치와 그를 쫓는 신선들, 그리고 악귀들과의 대립, 그리고 유해진이 맡은 초랭이와 강동원의 케미는 영화의 재미를 불어넣어주고 있습니다.
실존인물 전우치
고전소설 전우치전의 주인공인 전우치는 조선시대 실존인물로써 도술을 부리는 조선시대 도사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중종 치세 초반에 미관말직을 지내다 스스로 사직한 뒤 송도에 은거했고, 이후 도인으로 활약했다고 합니다. 많은 기록에 도술을 사용한 일화가 등장하는데, 전반적으로 환술(幻術:전문적 연희자가 신체, 재빠른 손놀림, 특수도구, 과학적 원리 등을 활용해 불가사의한 광경을 보여주는 기예)을 쓴다고 묘사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전우치전이라는 고전소설이 쓰여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전우치를 떠올리면 조선시대 대표적인 의적인 홍길동을 떠올리게 됩니다. 홍길동은 전형적인 정의로운 의적이라는 캐릭터를 갖고 있지만 그에비해 전우치는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자신의 사심을 채우면서도 불의에 맞서는 캐릭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말해 홍길동은 진지한 의적으로 표현되는 반면 전우치는 익살스럽고 장난스러운 캐릭터로, 예전에는 우리나라 정서에 홍길동이 맞았다면 시대가 변하면서 현재는 전우치라는 캐릭터에 더욱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전우치는 도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도사로 마치 초능력자처럼 묘사됩니다. 그가 펼치는 다양한 변신술, 투명화, 순간 이동 등의 마법적 요소가 가미되어 한국판 판타지를 표현하는데 좋은 소재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강동원의 연기 전환점
강동원에게 전우치 역할은 그의 연기 경력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전우치는 강동원이 기존에 맡았던 캐릭터들과 달리 다른 코믹하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한 역할이었기 때문에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이전에 강동원은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06), 늑대의 유혹 (2004) 등에서 주로 감성적이고 섬세한 캐릭터를 맡아 미소년 이미지와 함께 내면의 갈등을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감정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그는 비극적이거나 순수한 남성 캐릭터로 사랑받으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전우치 (2009)에서 강동원은 자유분방하고 장난기 많은 도사 전우치 역할을 통해 이전의 감성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기에 도전을 시도했습니다. 코믹하면서도 액션이 가미된 이 캐릭터는 도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조선시대의 도사이자 잔머리가 뛰어난 반항아로 강동원의 능청스러운 면모와 특유의 카리스마를 살린 캐릭터였으며 도술과 마법 같은 비현실적인 요소까지 소화해야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전우치에서 그는 백성을 구제하려는 목적보다는 자신의 장난기와 자아를 과시하기 위해 도술을 사용하며, 다소 제멋대로이고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전통적인 영웅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규칙을 따르는 익살스러운 인물로 나옵니다. 이는 그에게 연기 변신의 기회가 되었고 팬들에게도 그의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우치 이후 강동원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기 시작합니다. 군도: 민란의 시대 (2014)에서는 냉혹한 검객 조윤으로 검사외전 (2016)에서는 재치 있는 사기꾼 한치원으로 그리고 검은 사제들 (2015)에서는 엑소시스트로서 강렬한 액션과 감정 연기를 동시에 소화하며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습니다. 전우치는 강동원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그 이후로 그는 코믹, 판타지, 스릴러, 액션 등 다양한 장르에서 폭넓은 역할을 맡으며 다채로운 연기 변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